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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섬진강과 채석강에 떠도는 글별
입력: 2016.05.04 00:00
빗발이 굵다. 여름을 재촉하는 빗줄기라서 세차게 뿌리는가 보다. 이런 날이면 어디론가 떠나고픈 마음이 일렁인다.
빗물이 모여드는 계곡에서부터 먼 바다에 이르기까지, 빗방울여행을 떠나고 싶다. 샛강을 만나면 그 동안의 안부를 묻고 큰 강에 휩쓸리면 고난의 부대낌을 몸소 느끼며 바다로 가는 삶을 찾는다.
섬진강으로 갈까? 채석강으로 갈까? 그곳 강변에는 어린 날의 추억들이 새록새록 돋아나고 글별로 뜬 송수권 시인이 생각난다.
평전, 송수권 시인, 그는 작은 거인이었다. 평소 낚시와 끽연을 즐기며 글밭을 일궜던 정직한 시인이었다. 왜소한 체격으로 대자연의 품에 안겨서 지리산과 한라산을 메치는가 하면 섬진강과 채석강의 아름다움을 詩로 승화시켰었다.
벌써 20여년이 지났다. 필자는 인천에 거주하고 있는 송준용 시인과 함께 채석강에서 시를 쓰고 있는 송수권 시인의 집을 찾았다. 그는 채석강에 빠져드는 낙조의 아름다움을 그리기 위해 수년간 그곳에서 은둔했었다. 그때 쓴 시가 ‘수저통에 비치는 노을’이었다.
그는 무척 사람을 좋아했다. 하지만 자신의 글밭을 가꾸는데 불필요한 사람은 싫어했다. 특히 사람 내음이 풍기지 않는 사람은 아예 만나주지를 안 했다. 그는 예인들을 사랑하면서도 가난의 연속인 예인의 길을 싫어했다. 술과 잡기를 싫어해서인지, 오로지 책읽기와 글쓰기에 전념했던 문학선비였다.
기계치라서 운전과 컴퓨터는 멀리했으며, 글씨도 악필이었다. 출판사에서 원고를 읽을라치면 애를 먹었었다. 그래도 그는‘타고난 필체를 어떻게 할 것인가? 부모로부터 전수받은 유일한 유전인자인데 고칠 수 없나보네’하면서 껄껄 웃었던 생전의 모습이 아롱거린다.
이후 그는 섬진강을 노래하려고 지리산 자락으로 글밭을 옮겼었다. 어초장이라는 글 집에서 제자들을 가르치고 섬진강을 누볐었다. 어머니 품처럼 아늑한 섬진강의 온화함과 모래톱에 얽힌 사연을 주워 모아 시로 노래했었다. 그는 지리산을 메치는 시인으로 호가 세석평전이다.
그가 그곳에서 지었던‘지리산 뻐꾹새’라는 시를 읽노라면 지리산을 메치고 남해바다를 끌어올려 세석평전을 가꾸었던 작은 거인임을 방증한다. 게다가 그곳에서 쓴 ‘달궁 아리랑’과 ‘빨치산’은 그 누구도 흉내를 낼 수 없는 판소리가락으로 노래한 대서사시다.
생각하면 할수록 그의 시는 앞날을 예시하는가 보다. 현대인들에게 펼쳐지고 있는 고독한 삶을 표출한 ‘혼자 먹는 밥’이라는 시도 그 당시에 발표했다. 필자역시 그에 대한 답시로‘깨진 접시 하나’를 발표했었다.
혼자 먹는 밥
혼자 먹는 밥은 쓸쓸하다
숟가락 하나
놋젓가락 둘
그 불빛 속
딸그락거리는 소리
그릇 씻어 엎다 보니
무덤과 밥그릇이 닮아 있다
우리 生(생)에서 몇 번이나 이 빈 그릇
엎었다
되집을 수 있을까
창문으로 얼비쳐 드는 저 그믐달
방금 깨진 접시 하나 (송수권의 혼자 먹는 밥 전문)
깨진 접시 하나
이 봐!
시월 보름이래.
저~ 달 조금 봐봐!
지난 그믐 밤
송 시인이 깨뜨린
접시조각 하나가
하늘 떠다니다가
어둠 먹고 자라서
보름달이 되었다나?
먹 거울 바라보고 미소 띠며
시월바다에 뜨고 있잖아
야윈 얼굴
다소곳이 내밀고
후미진 밤바다 떠돌잖아
비바람 몰아치고 먹구름 낄수록
바닷물 마시고 어둠 곱씹은
깨진 접시하나
검푸른 시월바다
보름달로 뜨고 있나봐 (필자의 깨진 접시 하나 전문)
어쩌면 그는 빗물여행을 즐기고 있을지도 모른다. 섬진강과 채석강을 두루 살피며, 지리산을 오르고 있을 것이다. 아니 호남의 정신을 강과 산으로 옮기고 있을 것이다.

< /김 용 수 시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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