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으로  즐겨찾기
2017.11.22       
::: 호남매일신문 :::
뉴스
사설칼럼
기고
독자투고
특별기고
기획
이동하기
 
 
뉴스 > 사설칼럼 스크랩 인쇄 
 <칼럼>맨드라미 꽃
입력: 2017.10.17 00:00

마당이 넓은 찻집에 장독과 담장사이로 맨드라미꽃이 피어 있다.

어스럼하게 지는 가을밤 아래로 보이는 맨드라미꽃은 수줍은 새색시의 볼처럼 붉다. 붉은 맨드라미꽃을 바라보니 “나이 들수록 맨드라미꽃을 좋아.” 라는 벗이 있다. 맨드라미꽃을 좋아한다는 말에 놀라웠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좋아하는 꽃은 화려하고 아름다운 꽃들을 좋아한다. 내 기억을 쫓아가보더라도 맨드라미꽃을 좋아한다는 말은 처음 들은 것 같다.

여행을 좋아하는 벗은 지금쯤 이탈리아 밀라노 어디쯤에선가 이방인이 되어 이국의 꽃들을 탐색하고 있을 것이다.

가을은 어둠이 빨리 내려온다. 어둠이 내려올 때쯤이면 하늘은 짙 푸른색이다. 어둠이 깔린 푸른 하늘을 아래 붉은 벼슬을 한 맨드라미꽃을 보며 스산한 가을바람을 벗 삼아 풀벌레의 소리를 들어본다. 작은 풀벌레 소리까지 들리는 걸 보니 가을밤이 깊어 지나보다.

어린 시절 집 마당에 맨드라미꽃이 많이 피어 있었다. 시골의 장독대 옆에 줄지어 피어 있던 맨드라미가 생각이 난다. 처음에 잎들이 무럭무럭 자랐을 때 예쁘지 않은 꽃도 있나 하였을 정도다. 어렸을 적에는 그냥 스쳐갔던 꽃이 정겹게 느껴지는 것은 나이를 먹은 것일까?

짙푸른 어둠이 내린 가을밤 불빛 아래 이해인 수녀의 ‘맨드라미’ 시를 읽어본다.

‘술래잡기하던 어린 시절/ 장독대 뒤에 숨어/ 숨죽이고 있던 내게/ 빙그레 웃어주던/ 맨드라미/ 짙은 향기 날리지 않아도/ 한 번 더 쳐다보게 되는/ 멋쟁이 꽃 아저씨/ 빨간 비로도 양복 입고/ 무도회에 가시려나?/ 이제는 어른이 된/ 나를 불러 세우고/ 붉게 타오르는 사랑의 기쁨/ 온 몸으로 들려주는/ 사랑의 철학자/ 맨드라미 아저씨’ 시인은 맨드라미꽃을 아저씨처럼 표현했을까? 필자가 생각하는 맨드라미는 기품이 있는 백작부인이다.

여름내 맨드라미는 태양의 열정을 받아 아름답다. 이렇게 붉은 자태로 자신의 모습을 푸른 달밤에 하늘을 향해 드러내고 있다. 맨드라미꽃을 보며 스페인 세르비아에서 플라멩고를 추던 집시여인의 붉은 색의 옷이 생각이 난다. 한 번씩 펄럭 일 때마다 붉은 열정이 넘친다.

가을밤은 조용히 산책하고 싶은 계절이다. 맨드라미꽃을 보며 달밤에 친구가 했던 이야기를 가만히 생각해 본다.

어린 시절 장독대에서 만났던 꽃 맨드라미 그동안 쳐다보지 않았던 꽃이 이렇게 기품이 있는 것은 무엇일까? 삶도 갈수록 품위가 있어야 되지 않은가 싶다.

맨드라미꽃은 귀족의 색이다. ‘붉은 비로드 원피스를 입고 어디로 가시는지?’ 맨드라미꽃을 따라 조용히 발길을 옮겨본다.

맨드라미꽃을 좋아한다는 벗은 가을이면 맨드라미꽃을 꽃병에 꽃아 놓으며 오랫동안 바라볼 수 있다는 게 행복하다고 한다.

신사임당의 그림에도 맨드라미와 쇠똥벌레라는 그림이 있다. 맨드라미는 꽃 모양이 수탉의 붉은 벼슬과 같다고 하여 계관화(鷄冠花)라고 한다. 수탉의 볏이라는 뜻으로 쓰이며, 학명 셀로시아는 그리스어의 불타오르다에서 유래하여 빨간색의 꽃을 뜻한다.

맨드라미꽃은 인도가 원산지이나 오래전에 귀화한 식물로 신사임당이 벼슬을 생각하며 꽃을 그렸다고 전해지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장독대 옆에 맨드라미를 심는 관습이 있었다.

이는 중국에서 전래 되었다고 한다. 맨드라미를 장독대 옆에 심으면 자네가 접근하지 못할 뿐 아니라 붉은색 꽃은 악을 쫓는 주술력이 있다고 믿었다. 맨드라미를 우물가나 장독대 옆에 심는 이유는 귀신의 접근을 막는 일종의 부적이었던 것이다.

우리 조상은 장, 된장은 신성시 하는 음식이여서 장독대 옆에 봉선화, 채송화, 맨드라미를 심어 조화로운 아름다움과 함께 음식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이 담아 있었던 것이다. 봉선화, 채송화, 다 진 자리에 붉은 맨드라미꽃을 보면서 오래도록 장독대를 지키는 기품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우리의 삶도 맨드라미꽃이었으면 한다. 장독대 앞에 줄지어 피어 있는 맨드라미꽃을 보며 붉은색을 간직한 채 피어 있는 맨드라미꽃, 갈수록 기품이 있는 삶, 그 천연의 열정의 색으로 불타오르는 사랑을 보여준 맨드라미꽃 아름답다.

꽃빛이 좋아 씨앗을 받으며 검은 색 씨앗은 깨알보다 작다. 작은 깨알을 그냥 부셔지게 뿌려 놓으면 채송화, 봉숭아 뒤에 서 장독대를 지키는 절개의 꽃 맨드라미이다.

처음에 자랄 때에는 볼품없다가도 세월 갈수록 기품 있는 맨드라미꽃처럼 삶을 살아야 되지 않을까 싶다.

올 가을 붉은 맨드라미꽃 색을 오랫동안 보기 위해 차를 담아 투명한 잔에 붉은 마음을 담아본다.

가을 나뭇잎보다 더 붉은 삶의 열정을 찻잔에 가만히 담아본다. 붉은 꽃, 맨드라미 붉은 차를 마셔본다. 맨드라미꽃차 가만히 들여다본다. 짙푸른 밤하늘에 그 정열이 아름답다.

< /김 명 화 교육학박사·동화작가>

 /김 명 화 교육학박사·동화작가의 다른 기사보기
<칼럼>‘안 돼, 데이빗!’
<칼럼>맨드라미 꽃
 기사의견쓰기 | ※ 본 기사의 의견은 회원로그인 후 작성됩니다.
제목 :
내용 :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1
사설칼럼 최신기사
<칼럼>출가(出家)하는 사람, 출세(出世)하는 사람 2017.11.22 00:00
<칼럼>언어의 온도 2017.11.21 00:00
<칼럼>소승불교와 대승불교의 차이 2017.11.20 00:00
<칼럼>진짜 친구 ‘관포지교’없을까? 2017.11.16 00:00
<칼럼>순천시의회, 어설픈 토론회 ‘망신살’ 2017.11.15 00:00
<칼럼>광주여성 신사임당을 재발견하다 2017.11.14 00:00
<호매칼럼>종교의 형상화 2017.11.13 00:00
<호매칼럼>생태적 삶이란 2017.11.10 00:00
<호매칼럼>위안부 아픔과 日 고구려 마을 2017.11.09 00:00
<호매칼럼>정유재란과 다크 투어 2017.11.08 00:00
<호매칼럼>4차 산업혁명시대에 여성의 위치는 어디쯤일까 2017.11.07 00:00
<호매칼럼>대승불교의 성립 2017.11.06 00:00
<호매칼럼>친구를 보면 그 사람을 안다 2017.11.03 00:00
<칼럼>정유재란역사연구 참여한 중학생들 2017.11.01 00:00
<칼럼>가을 엽서 2017.10.31 00:00
<칼럼>힌두교의 의의 2017.10.30 00:00
<칼럼>전교 일등이란 말은 사라져야 2017.10.27 00:00
<칼럼>중소기업의 눈물 2017.10.26 00:00
<칼럼>이동순 시인의 농구(農具)노래 2017.10.25 00:00
<칼럼>엄마의 노래 2017.10.24 00:00
사설칼럼기사 전체보기
 
 
사설칼럼
 
 
<칼럼>출가(出家)하는 사람,...
때가 됐다. 익으면 떨어지고 터지듯이, 때가 됐다. 우려하던 일들이 터지고 있다. 백성…
 
 
독자투고
 
 
<독자투고>겨울철 난방용품 안...
아침저녁으로 매서운 바람에 코끝이 시렵다. 겨울이 우리 눈 앞에 성큼 다가왔다. 겨울철로…
 
 
기획
 
 
■ 신년사
새해가 밝았다. 불통과 불신으로 점철됐던 을미년(乙未年)의 어둠을 뚫고 병신년(丙申年)…
 
 
연예
 
 
“신선함 내세웠다”… ‘이판...
“판사의 삶을 중심으로 판사들이 겪을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었어요. 법정드라마가 지겨운…
 

Content on this page requires a newer version of Adobe Flash Player.

Get Adobe Flash player

Content on this page requires a newer version of Adobe Flash Player.

Get Adobe Flash player


 
호남매일신문사 소개 | 개인정보보호정책 | 기자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