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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가을 엽서
입력: 2017.10.31 00:00
하루를 마치고 지친 걸음으로 현관으로 들어선 순간, 아파트 편지함에 우편물이 가득이다. 전화요금 고지서, 카드 영수증, 하나씩 우편물을 넘기다 엽서를 발견했다. “어 무슨 엽서지?” 이년 전 여행길에서 벗이 보내온 엽서였다.
이년 전 벗과 함께 순천만 갈대 밭 여행을 하다가 산책 길 정상에서 보낸 엽서가 반복되는 일상에서 행복한 순간을 주어서 참 좋다. 요즈음 우리는 편지와 엽서를 보내지도 받지도 않는다.
사람과의 소통은 톡이나 문자를 통해서 전달한다.
엽서를 써 본지가 얼마만인가? 엽서를 받아본지가 얼마만인가? 편지를 쓰다 보면 상대방을 좀 더 오랫동안 생각하는 여유를 가질 수도 있으며 무슨 말을 써야 할까? 고민해보기도 한다.
가을이라는 계절은 수확의 기쁨과 함께 감사의 계절이기도 하다.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엽서도 써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가을의 이야기를 쓰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사람들이 붉은 산을 향해 걷는다. 가는 가을을 안타까워하며 사람들이 붉은 산으로 향한다.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만나로 숲과 산으로 길을 걷는다. 단풍이 물들기 시작할 무렵 이른 아침부터 사람들은 길을 걷는다.
이 가을 책 한권 들고 가을 산으로 길을 향했다. 아침부터 사람들의 행렬을 따라 붉은 단풍을 맞이하러 길을 향한다. 단풍보다 붉은 사람들이 길을 걷는다. 한 가족이 길을 걷는다. 단풍구경을 위해 새벽잠을 설쳤는지 딸아이는 하품을 한다.
가을엽서 하나 써본다. 가을 단풍 여행 중에 가족사진을 찍는다. 미소가 아름다운 가족들이 사진을 찍는다.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나무 아래에서 추억을 남긴다. 나뭇잎 하나 엄마의 머리위에 앉는다. 가을 추억의 한 자락을 잡는다.
가을엽서 둘을 써본다. 머리카락이 하얀 할머니가 붉은 단풍 아래서 사진을 찍는다. 빨간 단풍보다 더 붉은 마음을 간직한 소녀의 미소를 지은 할머니, 하얀 머리카락 날리며 나뭇잎 아래 선다. 사진을 찍는 사람도 할머니의 아름다운 가을 모습의 순간을 잡는다.
노란 은행잎 아래서 여학생들이 날리는 나뭇잎과 함께 몸을 날려본다. 나뭇잎이 날릴 때마다 학생들의 몸도 함께 날아간다. 이 가을날 모두들 행복한 얼굴로 길을 걸어간다. 나는 그들의 모습을 가을 엽서에 담아본다.
가을의 아름다운 순간들을 오랫동안 기억하기 위해 엽서에 가을 이야기를 담아본다. 가을의 단풍 길은 이야기들 담기에 충분하다.
할아버지와 할머니 다정하게 나뭇잎이 곱게 물든 길을 걷는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걷다가 뒤돌아서는 할아버지가 할머니를 기다린다. 할아버지의 인생도 때로는 앞으로 뒤로 밀려나는 삶의 고비를 넘기듯이 나뭇잎 사이로 인생 길을 걷는다.
가을로 접어들면서 밤이 길다. 긴 밤 시간이 접어들면서 사색의 시간이 필요하다. 책을 펼치면서 시를 읽으며 가을 엽서를 쓴다.
자신의 이야기를 타인에게 아님 자신에게 보내보자. 가을에는 할 이야기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그 이야기를 가을엽서에 남겨 보자.
시인 장석주는 ‘마흔의 서재’ 에서 이렇게 글을 남긴다.
‘편지는 일기와 같다. 뜨거운 편지는 고로, 자기 생의 뜨거운 증명이다. 지금 자신의 날 감정들이 무엇인지 뜨겁게 편지를 확인하라.’ 편지로 자신의 감정을 확인해 보는 과정은 행복한 시간이기도 하다.
가을엽서를 쓰기 위해 가을의 작은 단상들을 모아본다. 떨어지는 나뭇잎, 붉게 물든 단풍잎, 노란 은행잎, 가을의 푸른 하늘 등을 생각해 보니 오래전의 들었던 소담스러운 가을이야기가 생각이 난다.
지인의 아이가 초등학교 때다. 벗의 아이가 초등학교 시절 은행잎 동시로 학교 대표로 상을 받았다고 한다.
담임 선생님이 붉은 단풍잎을 보고 “와 가을이다.” 감탄사를 날리자 아이의 글쓰기를 통해 나는 은행잎을 보면 가을이 생각난다. 유치원 때 선생님과 함께 갔던 은행잎 길에서 엄마를 위해 만든 꽃 부케를 만들어 선물을 했던 단상을 글로 썼다고 한다. 아이의 은행잎을 소재로 한 글은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었다고 한다.
가을 엽서를 쓰려고 하니 잊혀 진 가을의 단상들이 하나둘 떠오른다. 글쓰기를 통해서 잊어버렸던 아름다운 추억을 꺼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나뭇잎이 날린다. 머리카락이 하얀 할머니의 사진 한 컷이 오랫동안 머릿속에 맴돈다. 삶을 살면서 지치고 힘들 때 할머니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면서 순간의 삶에 최선을 다 해보련다.
가을엽서를 마무리 한다. 가을엽서의 아름다운 단상들은 먼 훗날 그때 만난 가을이었구나 하며 지나 왔던 삶이 생각날 것이다.
가을의 날 감정들을 글로 남겨 보자. 가을날, 아름다운 풍경하나 만났을 때 당신의 삶을 엽서로 남겨보자.


< /김 명 화 교육학박사·동화작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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