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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의 하늘아래서
호남매일 honamnews@hanmail.net
2018년 05월 23일(수) 00:00
“오월의 하늘아래서 당신을 불러보네요. 아버지! 어머니! 젊은 날의 당신은 오월의 장미꽃처럼 아름다웠습니다. 푸르게 피어나는 이파리처럼, 힘차게 뻗어나는 줄기처럼, 탐스럽게 피어나던 한 송이 장미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지팡이에 의존하는 할아버지 할머니로 변해버렸습니다. 곱디고운 얼굴에 찾아온 세월손님, 그 손님은 지울 수 없는 굵은 주름살과 쭈글쭈글한 피부, 그리고 굳어진 뼈마디만을 남겼습니다.”
이 소리는 지난 8일, 어버이날을 맞이한 젊은 어버이들이 지팡이에 의존하는 노부모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다. 자신들을 낳아서 길러주고 오늘이 있기까지 돌봐주었던 지난날의 삶을 돌이켜보는 듯하다.
그렇다. 우리 인생은 세월 앞에 장사가 없다. 젊었을 때는 멋모르고 시간의 아까움을 가볍게 여겼지만 늙어서는 흐르는 시간의 중요성과 안타까움을 알게 된다.
그런 연유일까? 나들이가 힘들고 여행이 무섭다는 지팡이에 의지하는 노인네들의 하루가 생각난다. 그들은 몸을 이기지 못한 까닭에 혹? 넘어져서 뜻하지 않는 사고를 저지르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서 거의가 문밖출입을 줄이고 있다.
온종일 집안에서 소일하는 그들의 삶은 외롭다. 우리 인생에서 고독과 외로움처럼 견디기 힘든 일은 없다고 했다. 때문에 늙은이들에게 많이 찾아온 것은 고독사라 할 수 있다. 그처럼 지팡이 삶은 외롭다 못해 고독을 부르고 있는 것이다.
푸르른 오월, 가정의 달이다. 어린이날을 비롯해 어버이날, 스승의 날, 성인의 날, 부처님오신날 등 지정된 날들이 많다. 아마도 오월은 사랑과 희망을 안겨주는 달로 각종행사는 물론 사람들의 활동량이 많은 달인가 싶다.
그러나 이들 노인들에게는 오월이 답답한 달일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문밖출입을 자유자제로 할 수 없어 가까운 나들이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세월이 가져다준 노환과 쇠약하기 그지없는 육신은 지팡이에 의존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지난주였다. 순천시 해룡면 마산 희락교회는 노인들을 위한 효도나들이를 했었다. 소록대교와 거금대교를 구경한 후 녹동항 회쎈터에서 점심식사 대접을 했었다.
지팡이에 의지한 그들은 모처럼의 나들이에서 광어와 우럭 활어와 해삼, 멍게, 꼬막, 소라 등의 어패류를 맛있게 먹었었다.
어찌 보면 그들은 살아온 삶보다는 살아갈 삶이 더 짧다는 시간 속에서 자신들의 운신폭도 좁아지고 있다는 현실에서 조금은 슬퍼졌을 것이라 믿는다.
그 중에 한 노인은 자신의 지난 삶을 상기하면서 눈시울을 적셨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어긋난 돼지발톱처럼 빗나갔던 자신의 삶이 밉고 서러웠던 모양이다.
그들은 귀가하는 과정에서 손 벽을 치면서 쉰 목소리로 노래를 불렀었다.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잘 부르지 못한 유행가를 불렀었다. 그저 옛날에 즐겨 불렀던 노래 말을 더듬거리면서 흘러간 옛 노래를 불러댔었다.
오월의 하늘아래서 희락의 나들이는 그들로 하여금 윤기를 흐르게 했다. 생기를 불어 넣어주었다.
그들은 조금이라도 더 머물고 싶은 충동이 일었는지, 귀가를 서두르지 않았다. 그들에게 있어 천국이 따로 없었다. 오직 자신들의 외로움을 달랠 수 있고, 자신들의 남은 시간을 즐겁게 보낼 수 있다는 게 행복이었다.
사실, 그들의 젊음 속에는 아름다운 장미꽃이 피는 오월이 있었다. 사랑이 있었다. 푸른 오월의 싱그러움을 즐겼고 붉디붉은 장미꽃사랑도 했었다. 세월의 무상함을 어이할까마는 아름다운 추억담은 시들지 않고 새록새록 돋아날 것이다.
오월의 하늘아래서 그들의 삶을 지켜보는 필자의 마음도 푸르디푸르다. 그 마음 한 자락에 새겨지는 글이 떠올랐다. 지팡이 길이다.
안방 내어주고
뒷방지기로 살아온 오늘
희락교회 나들이길이 열렸다
지팡이 길이다
문밖바람이 그리워 콧바람 쏘이며
석양빛이 안겨준 늙은이라는 이름
떼어줄 이는 없는지
지워줄 이는 없는지
거미줄처럼 역어진 촘촘한 시간들이
지팡이로 옮겨지는 삶
세월무게 지탱하는 지팡이 길이 비좁다
굽어진 허리 펴고
보타진 다리심도 태우고
싱싱한 활어회도 먹으며
오늘만이라도
기우는 햇살 가득가득 담고서
집비둘기 아닌
산비둘기로 훌훌 날아나 봤으면
지팡이는 알겠지
석양 길 간다는 것을(필자의 졸시, 지팡이 길 전문)
/김 용 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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